참여학생수기

이상과 현실, 그리고 도전(일문과 3년 김채린)

인문대학의 해외인턴 프로그램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학년 5월쯤 이었다. 단기프로그램으로, 9박 10일의 일정이었다. 2학년 초까지만 해도 학과공부에 관심도 없었고 꿈도 없었고 적당히대학에 다니다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생각이었던 나는 전액 지원으로 일본에 갈수 있다는 말을 듣고 막연하게 일본에 왔었다.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수능만을 바라보며 대학진학을 준비했던 나는 수능에서 실패를 맛봤고 생각지도 못한 과에 오게 됐었다. 수능이 끝나고 경험삼아 3박 4일로 갔었던 일본여행은 내게 실망감만 안겨줬다. 그도 그럴게 일본어는 그 전까지 제대로 배운 적도 없었고 해외여행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는 일본에 오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학교에 입학했다. 나의 부정적인 생각을 단숨에 바꿔주었던 경험이 9박 10일의 단기인턴 프로그램이었다. 오전에는 어학교에 가고 오후에는 관광이나 일본회사나 호텔을 방문하여 회사의 경영방침, 인턴제도에 대해 배웠다. 2학년 때까지만 해도 기본적인 일본어회화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인턴에서 만났던 많은 친절한 일본인들의 말을 이해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난 뒤 지금까지 내가 일어일문학과에 들어와서 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대학진학은 실패였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현실을 외면해왔던 것이다.

이왕 이렇게 일어일문학과에 들어온 만큼 일본어만큼은 완벽하게 해야 되지 않겠나 싶었고 2학년 2학기 때부터 일본에서 생활하기 위해 최소한의 일본어 실력을 갖추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일본인 선생님을 소개받고 끊임없이 대화해보려고 했으며 일본어를 잘하고자 하니 전공과목의 공부도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전공과목이였던 일본의 종교문화, 역사문화, 영상문화도 즐겁게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덩달아 일본어에 대한 자신감도 올랐다.

그렇게 인턴 인터뷰에서 한번에 합격하게 됐고 일본에 와서 일하게 됐을 때 또 다시 나의 일본생활에 대한 이상이 깨졌다. 오사카 지역은 특유의 오사카 사투리를 쓰기 때문에 처음에는 매니저님과 직원들이 하는 말씀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해서 정말 힘들었다. 애초에 뷔페일이 쉽지 않은 일인데 가르쳐주시는 말씀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매일 실수하고 사과하고의 연속이었다. 신기하게도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자 안 들리던 말들이 서서히 들리기 시작하고, 일본인 직원들에게 말을 먼저 걸어보자 하는 용기도 생겼다. 물론 어떠한 노력도 없이 하루아침에 안 들리던 일본어가 잘 들리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한달 간은 같이 일을 시작한 학생들 중 내가 제일 일본어를 못한다는 조바심에 매일매일 일본드라마도 보고 라디오도 듣고 자막없이 티비도 보고 했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일본생활에 너무 익숙해져서 똑같은 사람만 만나고 같은 길만 지나고, 이상의 일본생활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일본에 오기 전에 내 이상은 이게 아니었는데, 일본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일본의 문화도 많이 접하고,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싶었는데, 어느새 익숙해져서 내가 원했던 것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나의 일본생활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에 두려움이 앞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것이 두렵다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어학원만 해도 세계각국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새로운 언어를 접할 수 있고 시도할수 있다. 하지만 놀림받을까 두려워서, 차별당할까봐 담을 쌓고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 일을 하면서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뼈져리게 느꼈다. 내가 해외인턴프로그램을 경험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그대로 있었더라면 나는 지금 일본에도 오지 못했을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찾지 못한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도중에 영어 회화에 대한 공부도 꼭 할 것이다. 나는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도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