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학생수기

일본어권 해외 인턴십 참가 수기(일문과 3년 정희준)

일본어권 해외 인턴십 참가 수기(일문과 3년 정희준)

저는 이번 인턴십에 참가하기 전까지 해외에 나가 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으니 언젠가 일본에는 가 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품은 채, 실제로 여행을 하려고 마음먹다가도 비용이나 언어에 대한 걱정으로 금세 포기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졸업하고 취업한 후에 가도 늦지 않는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전 학기에 그런 생각이 바뀌었는데, 결정적인 계기는 일본에 인턴십이나 어학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과 같은 강의를 듣게 되었던 일입니다. 자연스러운 일본어 억양과 발음을 구사하는 그 학생들을 보니, 역시 일본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일본어 학습에 굉장한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한 번쯤은 일본에서 생활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주저없이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인턴 실습을 시작하기 전, 일본에서의 생활은 즐거운 일 투성이였습니다. 해외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어디서든 처음 보는 것들이 가득하고, 덤으로 어느 가게에 가든 종업원이 친절하게 대해주니 딱히 거리낄 것도 없었습니다. 일본인은 친절하다는 인식이 괜히 생긴 게 아니었습니다. 직접 경험해 보니 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절함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인턴십을 시작하면서부터 부메랑으로 제게 돌아왔습니다. 처음엔 직접 손님을 상대할 일이 많지 않았기에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점차 손님을 직접 상대해야 할 상황이 많아지면서 신경써야 할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올바른 경어의 사용법은 물론이거니와 서 있는 자세를 비롯해, 자리에 앉은 손님에게 압박감을 주지 않도록 주문을 받는 종업원과 요리를 내는 종업원의 위치 관계까지 세세하게 지정하는 매니저의 주문을 들으니 거의 질리기 일보 직전의 느낌이었습니다. 돈을 지불할 때에는 일본인의 친절이 그저 반가울 따름이지만, 직접 돈을 받으며 일본인의 친절을 흉내내려 하니 그처럼 힘든 일이 따로 없었습니다.

인턴십을 시작한 지 두 달도 넘은 이제는 저 자신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불가해한 일본식 친절함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는 것 역시 느낍니다. 그런 면에서 호텔에서의 인턴십은 다른 곳의 인턴십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직장보다도 친절을 강조하는 곳이 바로 호텔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남은 몇 개월의 인턴십을 마치고 나면 일본인의 행동과 그 안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 이전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일본어 회화와 일본어 경어 능력의 향상은 그에 비하면 어쩌면 별 것 아닌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