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학생수기

행복한 메모리, 파리 (불문과 고은송)

행복한 메모리, 파리 (불문과 고은송)

파리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온지 어느 덧 한 달이 되었다. 프랑스로 떠나기 전 주위 사람들은 낭만의 도시 파리에 가는 나를 부러워했지만 난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해외는 언니와 함께 일본에 다녀온 게 전부인 나였기에 혼자 비행기를 12시간 타고 파리에 잘 도착할 수 있을지 부터가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출발 전 인터넷으로 정보를 잘 알아본 덕분에 아무 일 없이 파리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파리에 도착한 첫 날은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했기 때문에 바로 잠들었다. 둘째 날 아침 일찍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을 보러 갔다. 내 눈으로 직접 본 에펠탑은 기대에 못 미쳤다. 날씨도 흐리고 녹슨 에펠탑의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보고 나서 인턴으로 일할 곳인 Espace des arts sans frontières로 갔다. 문을 열어주시던 관장님의 인상이 푸근하고 좋아 낯선 곳에서 느낀 긴장감이 조금 사그라졌다. 인턴 첫 날은 하는 일(조형 예술 작품 전시를 주로 기획하며 콘서트, 영화 상영, 문학 낭독 및 토론 등 문화적 성격의 행사를 주관), 근무 시간(주 5일, 1일 7시간) 등을 이야기하며 그 곳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일할 곳은 비교적 깔끔했지만 거기서 키우는 고양이가 사람을 좋아해 내게 자주 다가왔고 동물을 무서워하는 나에겐 적응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다.

내가 처음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이자 인턴 생활 동안 제일 기억에 남는 활동은 탱고 축제이다. 탱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탱고 축제를 준비하느라 피곤해있던 내게 어떤 한 분이 같이 춤을 출 수 있냐고 물었다. 탱고를 출 줄 모르는지라 거절을 했다. 미리 탱고를 배워놓지 않았던 게 아쉬웠다. 춤을 추진 못했지만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 분위기가 낭만적이어서 가만히 보고 있는 걸로도 행복했다.

일하러 가는 날이 아닐 때는 여기저기 구경하러 다녔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노트르담 대성당 등 유명한 곳을 갔을 때는 관광객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여유로운 파리 특유의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그걸 느끼기 위해 내가 찾아간 곳은 방브 벼룩시작이었다. 자신이 쓰던 물건을 팔려고 나온 사람들이 길가에 길게 자리 잡고 있었다. 오래된 책, 주방용품, 악세사리, 옷 등이 있었고 물건을 파시는 분, 사러 오시는 분들 또한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셨다. 오래 된 물건을 더 값진 것으로 여기며 보물찾기 하듯 구경하는 파리 사람들의 모습, 맑은 하늘 아래 호객행위 대신 느긋하게 책을 읽으시는 할아버지를 보니 ‘내가 파리에 살고 있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파리 생활을 하면서 마냥 행복하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 공항 가는 길에 눈뜨고 소매치기를 당할 뻔 했다. 29인치 큰 캐리어를 끌고 등 뒤에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메트로 역 안에서 카드를 찾고 있는 중에 어떤 건장한 남자가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뺏으려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느라 몸에 힘이 들어간 상태여서 뺏기지는 않았지만 눈이 마주쳐도 도망가지 않는 그 남자 때문에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내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다. 그러나 이 또한 핸드폰을 뺏기지 않았으니 좋은 일이고 마지막까지 항상 주의하라는 내게 주는 교훈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파리 생활은 나에게 행복을 주는 메모리로 남아있다. 바쁜 일상에 지칠 때 파리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행복했던 그 때가 생각나 기분이 좋아진다. 붉게 물든 센 강 옆을 거닐던 그 때, 햇볕이 반사되어 금빛으로 보이던 에펠탑, 눈 마주치면 미소를 짓던 친절한 프랑스인들이 그리워진다. 파리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내가 살아갈 동안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