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학생수기

독일 푸드서비스 기업 Aramark(독문과 3년 조진관)

독일 푸드서비스 기업 Aramark(독문과 3년 조진관)

저는 지난 7월 16일부터 9월 14일까지 독일 노이-이젠부르크(Neu-Isenburg)에 위치한 푸드서비스 기업 아라마크(Aramark Deutschland GmbH)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습니다. 아라마크는 기업, 학교, 병원 등에 급식 대행을 중심으로 하는 아웃소싱 기업이며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사가 있고 전 세계 22개국에 27만여 명의 직원들이 있는 다국적 기업입니다. 독일 내에서만 따졌을 때 요리사를 포함한 총 직원들의 수는 약 9,000명에 달하고 지멘스, 도이치방크와 같은 기업들이 아라마크를 통해 직원들의 식단을 위탁 제공 받고있습니다.

 제가 있었던 아라마크 독일지사의 중앙지점에선 200여 명의 직원들이 있고 총 17개의 부서가 있었습니다. 그중에 제가 속한 부서는 인사부서(Personalabteilung)의 급여회계팀(Entgeltabrechnung)이었습니다. 저희 팀은 직원들의 급여와 관련된 일뿐만 아니라 모든 계약서와 관련된 업무도 책임졌습니다. 제가 팀에서 맡게 된 업무는 1. 회사 인적자원 사이트에 등록된 직원들의 계약서 관리 2. 회사 인사계획 사이트에 직원들의 계정 관리 3. 서류의 디지털화 프로젝트 등 대략 3가지였습니다. 서류의 디지털화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이어져 온 프로젝트인데, 자원이 부족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제가 인턴으로 오게 되어 도와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수기로 작성된 직원들의 계약서나 업체와의 서류를 일정 년 동안 회사가 보관해야 하는 의무를 이유로 서류 창고에 원본으로 저장하던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 계약서와 서류들을 스캔하고 회사의 자체 사이트에 등록시킨 후 원본을 파기해 회사 내부의 공간을 절약하는 내용입니다. 스캔 후 사이트에 등록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독일 곳곳에 있는 600명이 넘는 매니져분들게 메일을 보내 계약서와 서류의 등록 사실을 알리고 사이트의 열람 권한을 주었습니다.

회사에 이력서를 보내고 인사부장님과 전화면접을 보는 것을 포함한 회사에서의 모든 의사소통은 독일어로 이루어졌습니다. 독일 국적의 직원들이 주를 이루는 와중에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모로코 등등 다양한 국적의 가진 이민가정 출신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학교를 통해 계약 형태로 회사로부터 직업교육(Ausbildung)을 받는 견습생(Azubi)들도 한 부서에 한 분씩은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장점이고 어떻게 보면 단점이지만 인턴, 아시아인은 저 혼자였습니다. 함께 있던 직원들은 제 독일어 실력을 이해해주어 가급적 쉬운 단어로 돌려 설명해주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친절히 도와줬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스스로 갑갑함과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직원들의 말에 더 집중을 기울여 귀담아들으려 노력하고 독일어를 꾸준히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라마크는 주39시간 근무제였으며 탄력 근무가 가능했습니다. 저는 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회사에 머물렀고 금요일엔 직원들을 따라 오후 2~3시면 퇴근하였습니다. 자유로운 출퇴근 문화가 자리잡아 오전 11시에 출근하는 직원도 있었고 심지어 그 시간에 퇴근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제가 인턴으로 있었던 기간은 독일의 휴가 시즌과 겹쳤는데 직원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며 3~4주간 휴가를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원들은 휴가 기간을 조율하고 서로 간의 업무를 위임하였습니다. 근로자의 권리로서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누리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회사의 위계질서 또한 상당히 수평적이었습니다. 같은 부서 직원들끼리는 반말 표현에 해당하는 Du(너)를, 부장님이나 다른 부서 직원들과는 상호간에 존대 표현에 해당하는 Sie(당신)를 사용했습니다. 암묵적인 룰처럼 1년에 한 번씩 크리스마스 시즌에 팀 회식이 있다는데 마침 부장님의 퇴직이 저의 인턴 마무리 시점과 겹쳐 저의 출근 마지막 날 회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직원들과 좋은 추억 또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인턴 기관을 직접 개발하고 비자 문제, 숙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사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습니다. 이력서와 함께 무급으로 일함을 어필하는 장문의 메일을 보내 보아도 흔쾌히 승낙해주는 회사가 없었습니다. 독일 회사에서 일해 보고자 하는 꿈을 접고 독일에 있는 한국 회사로 눈을 돌리려던 찰나에 독일인 친구의 도움으로, 아라마크의 인사부장님께서 직접 제 이력서를 받아주셨고 그 후 약 한 달 만에 전화면접을 보고 국제우편으로 날아온 계약서에 서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몇 주 동안은 다시 숙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회사가 위치한 노이-이젠부르크는 프랑크푸르트의 위성 도시인데 집값이 프랑크푸르트 못지않게 비쌌습니다. 비싼 건 둘째 치고 매물이 매우 적어 두 달만 살다 나갈 저에겐 적당한 집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론 임대할 집을 구하진 못하였지만, 프로그램의 지원금 덕분에 한 달에 1,500유로인 호텔에서 장기 투숙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지원금이 더 적었더라면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숙박비로 인해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안았을 것입니다. 지원금이 제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출국하기 전, 인사부장님께서 메일로 제게 합법적 비자 소지 여부에 관해 물으셨는데 아쉽게도 비자 없이 인턴을 하는 것과 관련하여 학과를 비롯해 코어사업단에서도 이와 관련한 자문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직접 프랑크푸르트 외국인청에 문의를 해 답변을 얻었지만, 코어사업단에서 비자 문제를 미리 숙지해 놓았더라면 인턴을 가는 학생들이 짐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이번 인턴 경험을 통해 독일에서 일하고자 하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섰습니다. 인턴을 가기 위해 준비해 온 모든 과정들이 저를 더욱 성숙해지게끔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일할 수 있을 만큼의 언어 실력을 갖추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부족한 언어 실력만큼 업무에 성실히 겸손한 자세로 임했으며 그 결과, 언어 실력도 향상하게 시킬 수 있었고 두 달간의 인턴을 보람차게 채운 것 같습니다. 재정적인 지원과 함께 인턴 경험의 틀을 마련해준 코어사업단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